소프트웨어 가격에 대한 단상

이 글은 필자가 고등학생때 시사 채팅방에서 나왔던 내용에 대한 글이다. 그때 주고 받았던 말이 다시 떠올라서 단상으로서 남긴다.
10년도 넘었기 때문에 기억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도 있다.

우선 일반 산업과 컴퓨터를 이용한 산업에 대한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물건에 가격을 매길때는 [원자재 + 인건비 + 부가 가치 + 그 외 이득]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또는 컴퓨터를 이용한 음반, 책 등) 원자재 가격이 일회성이다. 물론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일반적인 산업에 비해 원자재 가격이 매우 낮은 특징을 가지는것은 동일하다.

이는 컴퓨터를 이용하면 “데이터의 복제”가 낮은 비용으로 무한히 복제될 수 있다는데서 기인한다. 한번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은 “딸깍” 한번에 복제가 가능하다. 일단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후 손익분기점을 넘긴 시점에서는 모든게 회사의 수익이 된다. 무형의 “사용 권한”은 무한히 늘어난다. 어떤 물건 또는 서비스를 위해서 인건비 또는 원자재가 들어가는 기존 산업과의 차이점이다.

예를 들어, 그나마 비슷한 책이나 음반을 생각해 보자. 컴퓨터가 있기 전에는 유형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 흔히 말하는 종이값, 운송료, 잉크 비용등이 필요했다. 더 옛날로 가면 필사하기 위한 인건비 또한 필요 했을 것이다. 음반 또한 마찬가지이다. 옛날에는 CD나 vinly 모두 유형의 물건이었기 때문에 인건비 및 원자재 가격이 포함 됐다. 더 이전으로 가면 악보를 필사하거나 음악을 연주하면서 발생하는 인건비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만들어서 대중들에게 배포하는 (특히 웹으로) 프로그램은 어느 일정 수준으로만 팔리면 꽁으로 돈을 버는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업데이트나 서포트도 없이 방치됐다면 더욱 그렇다. 여기 까지는 고등학생때와 생각이 같다. 여기서 “이러한 꽁으로 돈을 버는 프로그램을 돈을 받고 파는게 이해가 안된다 or 불합리하다” 로 넘어간 지점에서 필자의 생각과 그 분의 생각이 갈렸다.

우선 나는 아직도 “저러한 프로그램을 파는것은 합당하다”라고 생각한다. 다만에, 최근에 들어서는 “합당하다”라는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 기존 산업에서 돈을 벌던 방식 입장에서는 분명 불합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사용자의 필요가 있어서다. 즉, 손익 분기를 넘겨서 원자재 및 인건비가 0원이라도 비용에 상응하는 부가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다. 가격이 비싸다면 대안을 찾을수도 있다.

최근에 합당하다는 생각이 줄어드는 이유는 심적으로 “그저 찍어내는 프로그램을 그 비싼 가격에 파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여러 유료 서비스들은 1)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제공하여 월 단위 사용 가격을 이해시켜 주거나, 2) 네트워크 비용 또는 서버 비용등의 원자제 가격을 고려 했을때 합리적이라고 생각 한다. 쉽게 말해서 “가격이 이해가 된다”.

나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 있고, 가정에 사용하는 윈도우 11도 프로 버전으로 구매해서 사용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및 서버 비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가격이 더 비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부가가치를 만드는 수준이 적은 “가정용” 라이센스는 가격 체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프로그램이 사실 NFT나 비트코인과 다를게 뭐가 있을까 생각이 든다. (커스텀 기능 또는 support가 붙는 기업용은 제외) 어짜피 데이터 쪼가리이고, 그저 “이정도 가격 어치의 가치가 있을것이다”라는 믿음에서 인위적으로 가격이 측정되기 때문이다. 짜피 순이익을 넘긴 시점에서는 인건비나 원자재가 필요 없다. 해당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 비용은 0원이다. 그렇다면 0원을 수만원 또는 수십만원에 파는것은 “그정도 어치의 가치가 있다”는 인위적인 믿음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용 라이센스와 개인용 라이센스를 나눠서 서비스 하는것이 합당하다고 느껴진다. 기업용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 영리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에는 “지원” 또는 “유지보수”, 아니면 “SLA” 같은 조건이 붙는다. 이런 서비스를 위해서는 인건비가 필요하다.

사용하기 나름이겠지만 개인용은 그저 데이터에 가격을 붙여 뿌린다는 느낌만이 든다. 가격을 받을거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위해 비용이 발생한다는 느낌을 사용자에게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중요한건 수용 가능한 가격일 것 같기도 하다. 2000년 초반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라이센스에 대한 의식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들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구매자도 늘어날 것이다.
옛날 같았으면 불법으로 영상을 다운했을것을 이제는 돈 주고 서비스를 이용한다. 필자만 해도 티빙, 라프텔 등등의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리고 게임이나 다른 소프트웨어에 돈을 쓰기도 한다.
사용자들이 돈을 내는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기능의 사용률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악순환이 존재한다: 기능이 좋지 않거나 불편하면 사용자가 쓰질 않는다. 사용자가 쓰지 않으니 관리를 안하게 된다. 관리를 안하니 계속해서 사용이 불편하거나, 더욱 불편해 진다. 일반 가정용 라이센스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비싸니까 사람들이 사질 않는다. 판매량이 저조하니 목표하던 수익까지 팔리지 않는다. 목표하는 수익을 쫒기 위해 다시 가격을 올린다. 이러면 결국 사는 사람만 사고, 대다수는 우회 루트를 찾거나 사용을 포기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소프트웨어 가격에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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